거제 97개 시민단체, "조선업 정상화 위해 힘을 모읍시다"

침체에 빠진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97개 거제지역 시민단체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거제 양대 조선소 근로자의 기를 살리고 올바른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정상화될 때까지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 조선업체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제가 마치 유령도시나 죽음의 도시가 됐다는 과장되고 무책임한 보도만 양산하는 일부 중앙 언론의 행태에 거제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정부와 채권단도 무분별한 여론몰이에 동요하지 말고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어 "무책임한 구조조정은 세계 1위의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정리하겠다는 정책"이라며, "다가올 호황을 대비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조선산업 지원정책을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

범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에는 원경희 거제상공회의소 회장과 허철수 거제경실련 대표가 맡기로 했다.

원경희 공동위원장은 “거제시민의 이같은 뜻이 중앙에 있는 언론인과 정부, 정치인, 금융계에 진실로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향후 공감대 형성을 위한 현수막 게시 및 홍보, 시민 서명운동과 범시민 결의대회 등의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대책위 실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오늘까지 참여단체는 97개지만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우리 시민들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통해 조선업이 힘을 되찾을수 있도록 성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한국전쟁 와중에 버려진 고아와 장애아들을 보살피는 등 오랫동안 봉사를 펼쳐 온 구순을 넘긴 김임순 애광원 원장도 노구를 이끌고 참석,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거제 조선업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성명서 전문이다.

거제 조선업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성명서

최근 한국 조선산업은 지속되는 세계 경기 불황과 저유가로 유례없는 수주가뭄을 겪으며 정부와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등 산업으로 40여년간 수많은 외화를 벌어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상선ㆍ해양플랜트 건조 기술력과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세계 2, 3위 조선소가 위치한 세계적인 조선도시입니다. 약 26만 인구 중 70% 이상이 조선산업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실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거제는 1970년 양대 조선소가 자리 잡은 후 함께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조선산업과 함께 지역 경제도 위축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에서는 조선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재편, 설비와 인원 감축,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언론에서도 비판과 책임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조선산업 불황은 경쟁력, 기술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조선업체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에도 현실을 모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언론에서는 연일 한국 조선산업이 망해가고 있다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거제가 마치 유령도시, 죽음의 도시가 됐다며 과장되고 부정적인 보도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를 접한 외국 선사들은 국내 조선사들의 선가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며 발주를 늦추고 있습니다. 점점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으며 결국 우리나라를 급격히 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에 세계1위 패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른 가혹한 뉴스보도에 거제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찾아올 호황기에 세계 1위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나 고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만 양산하는 일부 중앙 언론의 행태에 거제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보도의 영향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양대 조선소 중 한 업체가 문을 닫게 되면 그때 정말 거제는 유령도시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가 제기하는 양대 조선소의 문제는 비단 거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근 부산, 창원, 김해 등지에는 조선산업과 관련된 각종 기자재 업체가 밀집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보도가 계속된다면 국가경제의 큰 축인 남동해안의 부산ㆍ경남 경제축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인근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에서 수주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오는 2018년 이후 다시 호황 사이클로 접어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6월 말 현재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 잔량은 여전히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있는 한 조선 산업은 영원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입니다.

정부와 채권단도 무분별한 여론몰이에 동요하지 말고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올 호황을 대비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조선산업 지원정책을 펼쳐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무책임한 구조조정은 세계 1위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정리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스스로 무덤을 팠던 1980년대 일본의 조선산업 간 합병, 설비 및 인력 감축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 26만 거제시민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양대 조선소 근로자들의 기를 살리고 올바른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정상화 될 때까지 적극 응원하며 동참할 것을 성명서를 통해 명확히 밝히는 바입니다.

2016. 6. 30

거제 조선업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김원정 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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