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제에서부터 시작돼 전국적인 관심이 된 '벤츠 공동구매 프로그램'이 결국 경찰의 철퇴를 맞았다.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팀장 박병서)은 다단계 형태의 수입차 공동구매 방식으로 회원을 끌어들여 벤츠 외제차를 판매한 거제시 고현동 모 솔루션 대표 A(45‧거제)씨를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및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모집책 B(44)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거제시 고현동에 수입자동차 판매업체인 솔루션 업체를 설립한 뒤 '외제차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월까지 가입자를 모집해 왔다.

이들은 “최초 가입자가 1,790만원을 내고 두 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신규 가입한 두 명이 1,790만원씩을 내고 두 명씩 더 데려와 총 가입자가 일곱 명이 되면, 최초 가입자가 6800만원짜리 벤츠 E클래스 자동차를 받는다”고 홍보했다.

운영 초기에는 1,790만원만 내면 서너배 이득을 볼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구매자가 많았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회원수가 1만→2만→4만명으로 계속 2배씩 늘어나야만 운영이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가입자가 줄어들고, 수입(1,790만원)에 비해 지출(6,800만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도산이 불가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따라서, 뒤에 가입한 사람들은 벤츠차량도 인수하지 못하고 돈도 받지 못한 채 가입비를 날리게 됐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705명으로 이들 중 일부가 2구좌 이상 가입해 786건에 가입비는 149억9천380만원에 달했다.

이중 304명은 당초 약속대로 실제 벤츠를 인수(38건)하고 현금을 받아가거나(190건), 환불(76건) 처리 됐다. 나머지 440명(482건)은 가입비 86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86억원은 벤츠를 인수한 회원이나 현금을 받아간 회원들에게 지급 됐다.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피해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실제 피해금액은 13억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 방식의 불법 여부를 떠나 한동안 정상적인 구매가 이뤄졌다는 반증이다.

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들이 당초 사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결과 판매구조상 허점으로 피해가 그 정도 발생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처음부터 사기를 염두에 뒀으면 벌써 범죄가 발각됐을 것이고 피해금액도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 수익을 꾀하려다 결국은 경기불황 등으로 판매고리가 끊어지면서 뜻대로 안된 다단계 사건”으로 규정했다.

구속된 A씨는 거제에서 오랫동안 자동차판매 영업을 하면서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으며,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 지역구 기초의원으로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3시 통영지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돼 거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중이며, 다음주 초 검찰에 송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이같은 소문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불법성’ 여부가 거론되자 ‘외제차 공동구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1월 19일 공정거래위 부산사무소 조사관 5명이 경찰과 함께 소문의 진원지인 거제시 고현동에 있는 이 업체를 방문 조사했으며,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사건이 이첩돼 7개월간 수사를 벌여왔다.

<사건을 브리핑하는 박병서 거제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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