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균. 사진:KBS 뉴스화면>

거제에서 세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이번 환자는 앞서 두명의 환자와 달리, 생선회를 먹지 않았는데도 발병해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와 거제시보건소(소장 정기만)에 따르면 거제시 옥포동에 사는 김 모(64)씨가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9일 거제의 한 시장에서 구입한 정어리는 굽고 오징어는 데쳐 부인(61)과 함께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김 씨는 21일부터 심한 설사와 함께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심한 탈수로 인한 급성신부전까지 발생해 지난 26일 부산 동아대부속병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호전돼 퇴원했다.

하지만 김 씨와 함께 정어리 등을 먹은 부인은 설사 증세는 보였으나 콜레라균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김씨를 치료한 거제시 옥포동 ‘정내과’와 아주동 ‘대우병원’의 의료인과 직원 등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료기관이 의심환자 발생시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규정을 준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만약 늦게 신고하는 등 위법행위 발견시 감염병예방법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할 방침이다.

보건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콜레라균은 37.3℃ 이상에 3분 정도 가열하면 사멸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견해도 있다. 김씨의 경우 다른 음식물을 통해 감염됐거나 상하수도 오염에 따른 감염 등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의 첫 번째 환자와 거제의 두번째 환자 콜레라 균이 동일 종류인 것만 확인됐으나 여전히 정확한 감염 경로가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또 다시 세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원인균인 '비브리오 콜레라'균은 바닷물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에 기생하는데, 생선이나 어패류 등 해양생물과 함께 뭍으로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번째 환자 김 씨는 생선을 익혀 먹었음에도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환자 3명에게서 별다른 역학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게 보건당국의 고민이다.

이러다보니 보건당국은 감염 경로 등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한채, 시민들에게 콜레라 균이 바닷물 오염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앞으로 한달간은 콜레라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며 가급적 끓여 먹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첫번째 환자 발생 이후 매주 전국 11개 검역소 및 2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연계해 해양환경내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왔으나 아직까지 예년과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8일 통영과 거제를 방문해 생선회를 먹은 후 설사 증세를 보였던 광주 거주 남성(59)이 지난 22일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4일에는 거제 앞바다에서 잡은 삼치를 회로 먹은 거제시 장목면 거주 여성(73)도 24일 콜레라에 걸렸으나 치료를 받고 퇴원 했다.

한편, 거제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콜레라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장승포, 사등, 하청, 장목, 동·남부 해안가 횟집은 물론 고현, 옥포 등 시내 횟집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아예 문를 닫는 점포까지 나오고 있다.

고현동의 한 횟집 주인(50)는 “8월 한달간 폭염으로 장사도 시원치 않았는데 난데없는 콜레라 때문에 죽을 맛”이라면서, “점심때 매운탕 정도 먹고가는 손님 외에 생선회를 먹으러 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 며칠간 더 지켜보고 안되면 가게 문을 닫고 아내와 못간 여름휴가나 다녀 올 생각”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고현동 정 아무개(64)씨는 "엊그제는 추가 감염자가 없다고 떠들더니 도대체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거제지역이 조선경기 불황에 이어, 콜레라 천국처럼 방송과 언론에 오르내리면 앞으로 관광객도 당분간 발걸음을 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사등면 성포리 박 아무개(58)씨는 “생선회를 거의 매일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솔직히 요즘은 횟집에 가기가 좀 꺼려진다”며, "성포 해안가 주변 횟집에도 평소 저녁때면 손님들이 제법 많았으나 요 며칠사이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거제에서 보건당국에 신고된 설사환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후진국형 전염병인 콜레라가 다시 창궐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경기 불황과 함께 추석 대목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불어닥친 난데없는 콜레라 파동이 수산업계는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큰 짐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자료화면 : 생선구이>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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