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한표 국회의원의 2차 공판이 13일 오후 2시 10분부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7호 법정에서 속개됐다.

통영지원 제1형사부(주심 김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앞서 검찰과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과 반대신문, 재신문이 이어지는 등 열띤 공방이 전개됐다.

관심을 끌었던 검찰측 증인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양측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복권’의 의미와 해석은 물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해 당시 김한표 의원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통화한 내용을 놓고, ‘허위’라는 검찰측 주장과 ‘해석의 차이’라며 이를 반박하는 피고측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했다.

향후 재판에서도 양측이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고 됐으며,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관심이 증폭 됐다.

또 총선 1년 남짓 앞둔 2015년 3월께 김한표 의원의 새누리당 공천 자격을 놓고 인터넷신문 '뉴스앤거제'가 같은 당 경쟁후보의 주장 등을 집중 보도해 논란이 촉발되고, 이어 일부 신문이 후속 보도에 가세하면서 확대된 과정이 재조명 됐다. 공판 내내 양측 모두 당시 거제지역 언론보도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시하면서 증인신문을 이어 갈 정도였다.

먼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거제지역위원장은 당시 총선 경쟁후보로서 김한표 후보를 고발하게 된 이유와 경위 등을 묻는 검찰 질문에 자신의 견해를 곁들여 가며 답변 했다.

변 씨는 당시 김한표 후보가 지역 언론의 공천 부적격 보도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낸 성명에서 거론한 ‘복권’의 의미는 "당연히 법률상 복권을 의미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했다. 따라서 유권자들도 김 후보가 성명에서 ‘복권 됐다’는 주장은 법률상 피선거권이 회복된 것으로 인식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변 씨는 또,  "총선(4월13일)을 목전에 둔 지난 4월 7일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정부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요구했고, 그 다음날인 4월 8일 김 후보가 노동부장관과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이는 유권자를 호도한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변 씨는 이와 함께,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위한 소정의 행정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허위사실’의 근거로 들었다. 즉, 거제시 등 행정기관에서 김 후보의 기자회견 직전까지 정부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된 사전 건의나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

따라서,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에 가진 김 후보의 4월 8일 기자회견은 조선노동자가 70%에 달하는 거제지역 특성상 파급력이 커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고, 730표의 근소한 득표 차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대신문에 나선 피고측 변호인은 증인에게 “복권을 꼭 사면법상으로만 보는 것 같은데, ‘정치적 복권’이라는 말을 들어봤느냐“고 질문하자, 변 증인은 ”그런 말은 오늘 처음 듣는다“며 변호인과 ‘복권’의 의미와 해석을 두고 한동안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은 김한표 후보가 국회 산자위 소속 거제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조선업 구조조정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온 점 등을 부각시켰다.

이어, 증인에게 " 당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통화한 결과 ‘검토’중이라고 알려왔다고 김 후보가 발표한 것을 아느냐”고 묻자, 변 증인은 “정확히 읽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우조선과 삼성은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 제외 됐다"고 답변했다.

또 “당시 거제시선관위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해 김한표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했고 결국 ‘허위사실공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고 김 후보측에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한 사실을 아느냐“고 변호인이 질문하자, 변 씨는 “오늘 처음 알았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신문 도중, 재판부의 다른 일정 때문에 25분간 휴정 후 오후 3시 55분 부터 증인신문이 재개됐다. 두번째 증인으로 피고측이 신청한 거제인터넷신문 김철문 기자가 증언대에 나왔다.

피고측 변호인은 “20대 총선 1년전에 김 후보의 공천 자격이 논란이 된 이유가 무엇이며, 왜 관련 보도를 하게 됐는가"라며 보도 경위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증인은 “당시 뉴스앤거제가 김한표 후보는 새누리당이 마련한 공천규정상 자격이 안된다고 보도해 지역에서 많은 논란이 됐고, 이를 독자들에게 정확히 알리자는 차원에서 취재를 해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제3조 2항(공천배제)에도 불구하고 단서 조항(사면, 복권된 자는 예외)은 어떤 의미로 보았는가”라고 변호인이 질문하자, “복권은 피선거권이 회복된 의미로 보았다”고 말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검찰은 “복권의 의미는 피선거권 회복이 아니지 않느냐”며 추궁했으나 김 씨는 “나는 복권의 의미는 피선거권 회복으로 생각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시 선거관리 경험이 있는 주변사람에게 자문한 결과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검찰이 재차, “당시로서는 김한표 후보의 공천 신청자격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증인은 왜 (김 후보가)복권 돼 출마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느냐”고 신문하자, 증인은 “사실 당헌, 당규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 유권자들은 잘 모른다. 피선거권이 회복 됐으니 당연히 선거에 출마를 할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에 기자로서 그렇게 판단하고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성원 재판장이 “앞서 변광용 증인은 사면법상 복권으로만 생각한다고 주장했는데, 증인은 왜 복권을 피선거권 회복으로 봤느냐”고 추가 질문했다. 김 씨는 “김한표 후보의 성명을 몇번이나 읽어 봤고, 복권이 무슨 뜻인지 법전을 찾아보고 메모도 했다. 또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문의도 해 봤기 때문에 기자로서 나름대로 판단으로 복권은 피선거권 회복도 포함돼 있다고 봤다”고 답변했다.

다음으로 피고측이 요청한 새누리당 중앙당 당직자 전 모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당 사무처 직원으로 7년 근무했다는 전 증인은 앞서, 거제인터넷신문 김철문 기자가 증언한대로 "당시 김한표 후보의 공천 자격에 대한 전화 질의에 비슷한 취지로 답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이날 증언 도중 “새누리당의 공천 기준에 대한 당헌·당규 및 시행규칙 등은 사실상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정치적인 면이 많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새누리당이  공천자격과 기준에 대한 엄격한 법률적 해석 보다, 자체에서 마련한 잣대에 의해 후보가 공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검찰로서는 당혹스럽게 느껴질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도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천자격이 없는데도 공천을 받았던 후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라”고 쏘아 붙이자, “이 자리에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검찰은 또 “증인이 어떻게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느냐”며 추궁섞인 신문을 계속했다. 그러자 증인은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경험과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에도 검찰은 증인을 상대로 “당헌·당규상 공천 부적격인 김한표 후보가 애매한 시행규칙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거의 유일한 혜택을 봤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김 의원의 피의자신문조서까지 보여주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검찰의 원론적인 질문에다, 증인의 신분이나 당내 위치상 비중있고 속 시원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여 다소 지리한 감을 주었다.

피고측 변호인 3명은 검찰이 증인에게 논점을 비켜가는 신문을 할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때론 검찰의 논리와 주장을 파고 들며 차례로 나서 이를 반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방청객은 "오늘 난생 처음 재판정에 나왔다. 내가 들어보니 당시 김한표 후보의 주장이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 허위사실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울것 같다"면서, "다음 재판도 방청하러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정확히 3시간만인 오후 5시 10분께 3명의 증인 신문이 끝나면서 마무리 됐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0일 오후 2시로 잡혔다.

3차 공판에서는 이번에 불참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피고측이 신청한 고용노동부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담당 김 모 사무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편, 이날 김한표 의원은 변호인 3명과 피고인석에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간간이 메모를 하거나 변호인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 이번 재판의 관심을 반영하듯 김 의원 가족 및 의원실 관계자, 새누리당 지역구 당직자와 당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거제지역 언론사 기자 등 40여명이 법정을 가득 메운 채 양측의 공방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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