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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세계1위, 그 뒤엔…중국 190개 조선소 수주 '0'가 있었다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9.02.07 18:46
<지난해 선박 수주 세계1위를 견인한 거제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 전경>

한국 조선업이 지난해 선박 수주 점유율 44.2%로 세계 1위 자리를 7년 만에 중국으로부터 되찾았다.

중국 조선업계는 왜 한국 조선업에 1위 자리를 내 주었을까.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거센 추격에 시달려왔고 수주 절벽기였던 지난 4년간 중국 조선업이 덤핑 수주를 앞세워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세계 조선업계는 이미 중국의 추락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최근 조선·해운 전문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조선소의 약 75%(190개사)가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조사를 발표했다.

국내 조선사를 집어삼키는 듯했던 중국 조선업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첫째 선박품질 저하로 신뢰를 잃었다.
지금까지 중국 조선의 승승장구는 두 가지 요인이 컸다. 정부 전폭적인 지원과 저임금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덤핑으로 수주를 따냈다. 그런데 일감을 맡겨봤더니 문제가 많았다. 이게 배를 맡기는 선주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중국 상위조선소 중 한곳인 후동중화조선에서 2016년에 인도된 LNG선(CESI Gladsto ne)이 엔진결함 등을 이유로 두 달째 멈춰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동중화조선은 지난 10년간 10여척의 LNG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지만 모두 증기터빈이 탑재되는 선박이었다. 운항이 멈춘 CESI Gladsto ne호는 M.A.N社의 L타입 중속 발전기(8L51/60DF - 4-stroke 8-cyl)이 탑재된 선박이라는 점에서 후동중화조선의 선박 건조능력이 한계를 보인 것으로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가 있다.

지난 2~3년전부터 후동중화조선을 비롯한 중국 조선소들은 이중연료추진엔진이 탑재되는 LNG선 수주를 늘려왔다. 하지만 중국 조선업은 기본설계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 선박이 원활히 건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납기일을 못 맞추고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지극히 중국적(中國的)인 조선소까지 나오면서 세계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중국의 관(官) 주도형 조선산업이 기술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해외 선주들이 ‘믿을 수 있는’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째, 환경 문제가 중요한데 중국 기술력이 불안하다.
요즘 글로벌 화두는 환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종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달리 보면 배가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실제 부가가치가 높다는 LNG선의 경우 지난해 70척 중 66척(94%)을 국내 조선사가 사실상 싹쓸이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부분에서도 지난해 39척 중 34석(87%)을 한국 조선이 따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선주들의 불안감으로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VLCC에서 사고가 한번 나면 뭍에서 사고가 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방대한 면적의 바다가 오염되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선주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조선업은 벌크선 분야에서도 정상인도(예정된 납기와 정해진 원가)능력이 거의 없다. 사실상 중국의 벌크선 건조는 지연기간이 6개월은 기본이라는게 국내외 선주사들의 평가다. 기본 설계인력이 거의 없는데다 숙련된 설계 인력 역시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벌크선 수주잔고는 중국과 일본이 잠식하고 있다. 중국은 케이프사이즈급, 일본은 수프라막스급 분야에서 많은 비중의 수주잔량을 갖고 있다. 중국의 건조능력 한계와 강화되고 있는 규제를 고려하면 벌크선의 공급량은 상당기간 감소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벌크선은 중고선이 1만척이 넘은 매우 큰 시장이다. 벌크선 분야도 LNG추진 선박의 이슈는 피해갈 수가 없다. 따라서 많은 도크를 갖고 있는 국내 중형조선소가 나서서 앞으로 중국과 경쟁을 벌여 벌크선 수주를 늘리게 되면 도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제 저임금 노동력 시대는 저물었다.
중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인건비와 자재를 무기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가 줄면서 선박 가격은 내려가는데 중국의 인건비는 경제성장에 맞춰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 조선소의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 현지 근무경험이 있는 거제 한 대형조선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축적된 기술과 시장 신뢰도가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국 조선소가 많아지면서 1/3에 달하는 조선소가 줄도산 및 통폐합 과정이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해 중국 조선업의 실상을 전해주고 있다.

결국 중국 조선업의 예정된 추락은 앞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지나친 출혈경쟁 등으로 저가 수주에 따른 리스크 발생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반면교사(反面敎師)인 셈이다.

한편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선박‧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우리의 8대 주력업종의 경쟁력을 발표했다. 주력업종 가운데 3년 뒤에도 다른 나라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업종으로 선박(조선)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나 조선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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