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상청(왼쪽)과 일본(오른쪽)의 태풍 '마이삭' 예상 진로 비교도>

기상청 "거제 부근 지나 부산으로", 예보능력 또 한번 시험대 올라
美·日 "훨씬 서쪽 전남 여수·남해 부근 상륙, 한반도 관통" 예측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제주도 서귀포 남쪽 해상에서 북상 중인 가운데, 한반도에 상륙하기 하루 전인 2일까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태풍 경로 예측이 엇갈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북상할 때 서쪽에 있는 건조공기가 벽 역할을 하며 태풍 경로를 밀어낼 수도 있고, 태풍 하단부로 건조한 공기가 빨려 들어가 '저기압의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다"면서 "단순히 밀어낼 때는 태풍이 동쪽으로 치우치겠지만, 저기압의 소용돌이가 형성되면 오히려 건조한 공기가 태풍을 감싸며 끌어와 서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경로 예측이 다소 엇갈리는 건, 이런 '저기압의 소용돌이' 현상이 태풍과 충돌하면서 경로에 영향을 본격적으로 주는 시기를 다르게 분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쪽에서 건조공기를 포함한 채 불어오는 북서풍은 태풍의 경로와 연관성이 크다.

만약 '저기압의 소용돌이' 현상이 생기면 현재 북북동진하고 있는 태풍은 그대로 북진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2일 오후 2시 현재 중심기업 945hpa(헥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 초속 45ｍ의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서귀포 남쪽 240㎞ 해상에서 시속 23㎞로 북진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오후 3시~4시께 강도를 '강'으로 몸집을 조금 줄인 뒤, 오후 7~8시께 서귀포 동남쪽 130㎞ 해상까지 이동하면서 제주에 최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도는 '매우 강'이다. 평균 최대 풍속이 초속 44m 이상 54m 미만일 때 '매우 강'으로 분류한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35m 이상이면 기차가 탈선할 수 있고 40m 이상이면 사람 또는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준의 위력이다. 

또 육지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늘 밤 자정께는 중심기압 955hPa로 높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중심기압이 높아진다는 건 바람의 속도가 좀 느려지고 강도도 다소 낮아진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3일 오전까지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 100~300㎜, 많게는 4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고, 최대순간풍속 초속 30~50m(시속 108~180㎞)의 매우 강한 바람도 불겠다고 예보했다.

그렇다면 韓·美·日 3국의 태풍 '마이삭'에 대한 예상 경로를 지금까지 각 국 기상청 및 태풍센터 발표와 이에 따른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기상청은 태풍 '마이삭'의 예상 경로를 3일 오전 2시께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한 뒤 영남지역을 관통해 오전 7시를 전후해 경북 울진 부근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인 상륙지점은 거제시 중심부를 관통하거나 거제시 남부면 부근이다. 이후 부산을 거쳐 한반도 동쪽 지방을 거슬러 올라가 아침에 동해중부 해상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거제시 남부면 가까운 해상을 거쳐 부산에서 20km 떨어진 해상, 즉 대한해협 쪽을 따라 북상할 가능성도 예보했다. 하지만, 태풍이 북상하는 도중에 美·日의 예측지점과 좀 더 가깝게 서쪽으로 다소 이동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은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측이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 이번에는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벗을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기상청은 앞서,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직전 태풍 '바비' 예보가 엇나가면서 적잖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태풍경보센터는 우리나라 기상청과 달리, 태풍의 상륙지점을 훨씬 서쪽으로 보고 있다.

미국태풍경보센터(JTWC)는 1일 오후 9시(현지시간) 마이삭의 예상 상륙지점을 전남 여수 부근으로 지목했다. JTWC는 이후 마이삭이 우리나라를 관통해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JTWC의 예보대로라면 수도권이 태풍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일본 기상청은 오늘 오전 9시 기준 예보에서 마이삭이 경남 남해군 서쪽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기상청의 태풍 상륙 예측지점은 우리나라 기상청과 미국 JTWC 예보의 중간쯤 지점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상 진로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와 흡사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예상한 경로는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꼽히는 2002년 태풍 '루사'와 비슷하다. 

당시 태풍 매미로 인해 전국에서 132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거제만해도 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 당하는 인명피해가 났으며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루사는 매미보다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따라 수도권에 초속 27m의 강풍을 일으키며 매미보다 넓은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 특히 강원도 강릉에는 하루 870mm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246명이 사망, 실종됐고 5조14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어떻든 2002년 태풍 루사가 전남 순천과 고흥반도에 상륙하고, 2003년 태풍 매미가 고성군과 사천시 해안에 상륙하면서 거제지역도 과거 매번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대로 거제에 상륙하거나, 미국과 일본의 예측대로 좀 더 서쪽지역에 상륙하더라도 거제지역은 태풍의 중심 또는 가장 위험한 오른쪽 반경 구역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거제지역은 2일 밤 11시 부터 3일 새벽 2시 사이에 마이삭'의 최근접 영향권에 들면서 최대 400mm 이상의 많은 비와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백중사리' 시기인 거제 해안지역은 오늘 밤 9시19분께 만조 시각이 가장 큰 문제다. 2003년 태풍 '매미'는 만조 시각에 상륙하면서 마산 등지에서 침수로 인해 큰 인명피해가 났다. 

백중사리는 보통 음력 7월15일 양력으로 9월2일 쯤에 해당된다. 백중을 기준으로 전후 3~4일간이 1년 중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높아지기 때문에 해안마을을 비롯한 저지대의 침수 피해에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발생해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오후 9시 괌 북쪽 약 780㎞ 부근 해상에서 하이선이 발생해 이를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수정. 17:15>

<우리나라 기상청의 태풍 '마이삭' 예상 진로도>

<사진출처= 미국 JTWC(Joint Typhoon Warning Center)>

<사진출처= www.jma.go.jp 2일 오전 9시 기준 일본 기상청의 태풍 '마이삭'의 예상 진로>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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