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우병원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선 '코로나19' 검사 대기 행렬. 대부분 조선 종사자들이다=독자 제공>

거제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여진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대중목욕탕에서 시작돼 유흥업소를 거쳐 대형조선소로 이어진 연쇄감염으로 발생한 누적 확진자가 일주일 만에 100명에 육박했다.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 당국은 숨은 감염자를 통한 조용한 전파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익명검사 대책까지 동원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겠다는 의도가 얼마나 먹혀들지 주목된다.

거제시에 따르면, 19일 오전 11시 이후 관내에서 12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 감염 경로를 조사중인 확진자가 많지만 대부분 앞선 확진자 접촉자이거나 동선노출자로 추정된다. 이로써 이번 지역사회 3차 유행으로 인한 감염자는 지난 14일 이후 86명으로 늘었다.

지난 연말연시를 지나며 수그러들었던 거제 코로나19는 지난 14일 유흥업소 종사자였던 50대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옥포동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당초에는 대중목욕탕(사우나)이 진원지로 거론됐으나 역학조사 결과 완전히 배제됐다.

단란주점이나 노래주점 같은 유흥시설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이다. 특히 최초 감염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은 직업소개소(일명 보도방)를 통해 유흥업소를 옮겨 다니며 일하던 도우미였다. 당연히 불특정 접촉 대상자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루 뒤인 15일에만 22명, 16일에는 23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사흘 만에 증가세가 꺾여 17일엔 9명으로 줄어 한숨 돌리나 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늘었다. 18일 13명, 19일 15명(오전 5명 포함)이 확진됐다.

가장 큰 문제는 숨은 감염자다. 유흥업소의 특성상 주변 시선을 의식한 이용자들이 검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유흥업소 관련 감염은 관련업 종사자에서 가족, 지인 등 주변인들로 전파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거제 사업장에서 감염된 확진자와 접촉으로 부산지역에도 6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산업 현장도 초비상이다. 유흥업소발 집단감염이 시작된 이후 한 대형조선소 직영 및 협력사 현장 노동자들이 잇따라 확진됐다. 19일 현재 이번 3차 유행으로 인한 확진자만 22명, 지난해부터 누적 확진자는 60명이 넘는다.

조선소는 적게는 수 명, 많게는 수십 명이 모여 일하는 작업 특성상 노동자 간 접촉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통근버스나 식당 내 밀집도도 높아 또 다른 연쇄감염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거제시는 노동자 간 교차 감염을 차단하려 3일간 ‘사업장 폐쇄’를 권고했다. 하지만 사측은 조업을 전면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보건당국의 의견을 토대로 일단 조업을 계속하기로 해 거제시의 권고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선소는 주말과 일요일 현장 투입 인원을 최소화해 필수 공정만 진행하고, 기존 확진자를 중심으로 동료 등 주변인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체가 ‘셧다운’ 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거제는 직접 종사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특히 근무 일수와 관계없이 기본급이 보장되는 직영과 달리, 하청노동자 대부분은 일한 시간에 따라 매월 급여를 정산하는 시급제라 조업이 중단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주변 상권도 개점 휴업해야 한다. 회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형조선소는 연 매출 10조 원을 기준으로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액은 하루 최소 300억 원 이상이다.

거제시는 주말동안 조선소를 중심으로 익명검사를 권장하면서 조용한 전파 차단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날까지 구내식당과 샤워장 등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이 이어지자 건물을 드나든 2천500명을 모두 검사하기로 했으며, 이미 1200명에 대한 검사를 마쳤다.

전체적으로 19일 하룻동안 시 보건소가 운영하는 두곳의 선별진료소 2241명, 대우병원 617명, 맑은샘병원 50여 명, 백병원 80여 명 등 약 3000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 며칠간 검사자가 연일 2000~4000명을 유지하고 있다.

확산 차단에 나선 거제시는 지난 17일부터 익명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거제저널 자체 집계 결과 지난 18일 선별진료소를 거쳐간 검사자 중 익명 검사자는 5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신원 노출을 꺼리는 숨은 검사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이번 3차 유행이 단기간에 끝나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20일에는 옥포 수변공원 선별진료소를 대우조선 오션프라자 체육관으로 옮겨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거제실내체육관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오후 1시~2시 휴게)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초기 목욕탕,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지역 내 감염이 이제는 조선소와 학교, 가정, 식당 등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지역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근육통, 인후통, 발열 등 감기 증상이 있거나 불편감을 느껴질 경우, 반드시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거제시는 19일 0시 부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행정명령 발령 기간은 오는 28일 24시까지다. 2단계에선 이미 집합금지 명령이 내리진 유흥시설 5종(유흥·단란·감성주점, 콜라텍, 헌팅포차)과 목욕장업 외에 노래연습장도 영업이 금지된다. 또 식당·카페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PC방·공연장·영화관 등에선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다.

다음은 거제시에서 이날 오후 2시17분 언론에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비대면 브리핑 내용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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