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중인데도 차가 그대로 진입하는 모습. 이날 보행자가 185회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단 8회(4.3%)만 운전자가 일시정지할 정도로 준수율이 미흡했다.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

운전자 10명 중 9명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 일시정지 의무를 안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용복)은 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호없는 횡단보도 운전자 일시정지 의무 준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진출입로, 단일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5곳에서 신호없는 횡단보도에서의 운전자 일시정지 의무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

도로교통법 제27조제1항에는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있는 경우 정지선 앞)에서 일단 멈춰야 한다'고 규정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과태료 7만원이 부과된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보행자가 신호없는 횡단보도를 185회 통행하는 동안 안전한 횡단을 위해 운전자가 일시정지한 경우는 단 8회(4.3%)에 불과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인 보행자가 있을 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한 운전자는 73대 중 1대(1.4%)에 그쳤다.

이와 함께 도로 특성에 따라 준수율을 살펴보면, 넓은 도로와 좁은 도로가 만나는 진출입로에서는 70대 중 6대(준수율 8.6%)가 일시정지 의무를 지켰다.

그러나 단일로에서는 79대 중 단 한대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도 일시정지 규정 준수율은 36대 중 2대(5.5%)에 불과했다.

앞서 공단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무신호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중 92.1%가 신호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 규정을 "잘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실제 운전에 들어가면 운전자 대부분이 이를 지키지 않아 인식과 현실에서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의 보행자 최우선 교통 환경 구축의 일환으로 도로교통법 해당 조항 개정을 검토중이다.

현행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운전자 일지정지 의무 부과 규정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 의무 부과를 하겠다는 방향이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운전자보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의 습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결국 보행자"라고 말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중인데도 차가 그대로 달리는 모습. 보행자가 185회 횡단보도 통행 중 단 8회(4.3%)만 차가 일시 정지할 정도로 준수율이 미흡했다.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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