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조선업계와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19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 신고를 한 이후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이의제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제기 날짜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이후 열흘 뒤인 12월29일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2월6일과 3월10일·24일 등이다. 

특히 지난 3월10일과 24일 현중이 이의제기를 한데 대해 업계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이 때는 한창 해외에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이 잇따라 발표되던 민감한 시점이었다.

지난 2월 튀르키예가 승인을 한 데 이어, 영국도 독과점 등의 우려가 없다며 심사 불필요를 통보했다. 3월에는 일본·베트남·중국·싱가포르가 나란히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했다.

다소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했던 유럽연합(EU)마저 3월31일 승인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해외 7개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국인 우리 공정위가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공정위는 여전히 구체적인 처리 방향이나 일정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매체는 공정위가 심사결과 발표를 6월 이후로 미룬다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방산 분야 독과점 등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다"며 "경쟁사나 수요자들의 의견을 조회하는 절차를 모두 거치는 중"이라는 느긋한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태도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배경에는 올해부터 내년 사이 굵직한 함정 발주를 앞두고 최대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늦추려는 현대중공업의 '몽니'에 공정위가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돼 정상화 궤도에 오르게 되면 수주전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최대한 인수를 늦추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매체는 실제 공정위 승인 결정이 지연됨에 따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투자와 이를 통한 사업 본격화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5월에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대우조선해양은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또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배치(KSS-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점이 바로 현대중공업이 공정위에 '함정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인수 절차를 지연시키는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도 앞서, 이례적인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 기술, 가격 등이 강력히 관리되는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경쟁사가 제시한 저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어깃장 전략은 '빠른 시일 내 대우조선해양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주인을 맞이해 지역 경제와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주인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선업 특성상 핵심 인력의 이탈과 사기가 떨어지고, 거제지역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거제시와 시민단체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지난 4일 박종우 거제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수요자가 정부 하나뿐인 방산시장에서 경쟁이 봉쇄될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며 "우리 시민들은 대우조선해양이 하루빨리 정상화돼 지역 경제의 중심축으로 다시 우뚝 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신속한 승인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구 서일준 국회의원도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을 만나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2월부터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EU까지 주요 경쟁국들마저 승인한 기업결합을 공정위가 미룰 이유가 없는 만큼 조속한 결정이 이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9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공정위는 3년간 4차례나 기업결합심사를 연장해가며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불공정 매각하려고 했다"라며 "그 결과 조선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거제지역 경제는 추락하는 등 너무나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고, 이로 인해 경남과 부산 지역 조선기자재벨트도 파탄이 났다"고 지적했다.

거제상공회의소 역시 지난 6일 건의문을 공정위에 보냈다. 해당 건의문에는 "해외 경쟁당국이 신속히 승인해 시민 모두의 숙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되레 지연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던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의 '발목잡기'는 아닌지, 거제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제시소상공인연합회도 7일 공정위에 조속한 승인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보낸데 이어, 거제시발전연합회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에 넘긴다며 5년 동안 피 말려 놓고 통 큰 결정하여 한화가 인수한다니 국내 독점적 지위니 뭐니, 턱도 없는 변명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11일 거제시청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또 10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의올바른매각을위한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조속 승인 촉구 기자회견과 오는 12일 오후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항의 집회도 계획돼 있다. 다른 시민단체들도 속속 비판 성명을 준비할 정도로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역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이번 행위는 누가봐도 자기네들의 독과점을 강화하기 위한 야비한 술책"이라며 "안보와 직결된 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물론, 건전한 시장 경쟁이 절실한데도 턱도 없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유부단한 입장을 취하는 공정위가 더 얄미울 지경"이라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AP신문 등 일부 매체 부분 인용>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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