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금지 제한 등 위반' 혐의로 재판중인 박종우 거제시장 배우자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이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형사부(재판장 최봉희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30분 본관 315호 법정에서 열린 거제시장 배우자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과 A씨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돈을 받은 사찰주지 B씨에게도 원심과 같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기부금 1천만원에 대한 추징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일 거제시장 배우자측 변호인이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2호 '바목'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부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6·1지방선거와 관련해 2021년 7월2~3일 두차례에 걸쳐 지역농협 계좌를 통해 거제시 둔덕면 한 사찰주지 B씨에게 각 500만원씩 모두 1천만원을 기부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거쳐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지난 5월11일 열린 1심(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형사부)에서는 A씨에게 벌금 250만원, 사찰주지 B씨는 벌금 100만원과 1천만원의 추징을 각 명령했다.

공직선거법에는 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이에 검찰과 사찰주지 B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도 A씨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기부 당시 배우자가 거제시장에 출마하려는 사실을 몰랐다며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아니었다고 변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부행위 이전에 B씨가 A씨를 만나거나 통화하고 박종우의 거제시장 출마 등과 같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부분이 경험칙상 모순되거나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기부행위 이후 B씨가 A씨에게 박 시장의 거제시장 출마와 관련된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비춰볼 때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양형도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을 참관한 일부 방청인들은 항소심 첫 공판기일임에도 이례적으로 '선고'까지 나왔다는데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다.

당초 이번 재판은 지난 5일로 잡혔었다. 그러나 재판 하루전인 지난 4일 오후 늦게 갑작스레 재판부가 제1형사부에서 제2형사부로 교체되면서 항소심 첫 공판기일도 21일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는 "A씨측 변호인과 재판부의 연고 관계 때문에 내부 절차를 거쳐 교체됐다"고 해명했다. 이는 법무법인 화우측 변호인과 제1형사부 구성원이 연수원 동기 사이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에는 A씨 측 변호인이 공직선거법 제112조의 '평소 다니는' 등의 자구가 애매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재판부에 냈다.

이 때문에 공판 일정은 21일 결심(구형)을 거쳐 오는 8월11일 선고일로 사전 조정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 진행도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반응이다. 오전 10시30분 개정된 항소심 첫 공판은 피고인 인정신문과 검사 모두진술(공소요지 낭독), 증거관계 인부(認否) 및 양측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약 15분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재판부는 10시45분께 잠시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돌연 1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이후 10시55분께 입정한 재판부는 "오전 11시30분까지 휴정하고 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해 잠시 법정이 술렁거렸다.

이어 오전 11시30분 입정한 재판부는 곧바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사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미리 준비한 듯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이후 재판부는 본안에 대해서도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히면서 재판을 일순간에 끝내버려 일부 방청객들은 황망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방청인은 "오늘이 결심공판 정도로 알고 왔는데 선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돼 다소 황당했다"면서 "몇번의 재판을 다녀봤지만 이런 식의 재판 진행은 생전 처음 봤다"고 거제저널에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은 재판이 끝난 직후 상고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사찰주지 B씨측은 "당연히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측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논의해 봐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앞으로 피고인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신중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2심까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지 않은 양형을 받은데다, 법률심인 상고심에 가더라도 앞서 무죄 취지로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기각된 입장에서 사실상 별다른 재판상 실익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굳이 소송을 계속할 가능성이 낮아 보여 상고 여부가 주목된다. 실제 이날 A씨 측 조순제 변호사와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인 등은 재판부가 항소 기각을 선고하자 애써 반색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로써 박종우 거제시장은 지난해 6·1지방선거 당선 이후 줄곧 이어진 '사법리스크'의 중대 고비에서 벗어나 다소 홀가분하게 시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재정신청이 인용돼 통영지원에서 진행중인 박 시장 본인 재판이 부담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거제저널 취재와 지역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앞서 검찰이 박 시장을 불기소 처분한 상당한 이유는 물론, 박 시장이 관여됐다는 부분 역시 현재로선 직접 증거라기보다 제3자의 사후 녹취록이나 대화, 영상 등 간접 증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사건에 연루된 증인(전 국회의원실 30대 여직원) 1명의 유일한 진술의 증거 가치를 고려하면, 향후 재판과정에서 특별하고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유죄 판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즉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法言)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관계를 완전히 뒤엎을만한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저 '유죄인지 무죄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증거'만으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높다는 의미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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