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중심인 고현동, 수월동 등 시가지 전경=거제저널 자료사진>

거제지역이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 늪에 빠졌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위험신호'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발 고금리 기조와 정부의 PF 대출 규제 여파가 경제 전반을 지배하면서 가장 먼저 지역 건설경기와 부동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금융권 대출을 핵심으로 분양 수익이 목적인 지역의 대규모 건설 사업은 '올 스톱' 상태다. 이미 건설중이거나 완공된 대부분의 아파트 사업도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이자 부담 등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사업 승인을 받은 곳도 마찬가지다. 일부 골프장을 비롯한 고현·옥포·장승포동 등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 사업은 착공 시기조차 잡지 못한채 줄줄이 연기되거나, 사업 보류 상태에 빠지면서 덩달아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주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거제시는 도내 아파트가격매매지수 하락폭이 가장 큰 곳으로 나타났다.

거제시는 하반기 도내 지자체 중 유일하게 매매지수가 2.8p나 빠졌다. 같은 기간 나머지 지자체 중 1p 이상 하락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제시의 하락폭은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하다.

이같은 하락세는 거제지역 신규 주택 분양 사례에서도 현실로 확인됐다. 지난 달 14일 '아주동 오션월드메르디앙더리치먼드(221세대)' 1순위 청약은 단 1세대만 접수한 채 마무리돼 전국 뉴스가 됐다.

또 지난 3월 '거제 한내시온 숲속의 아침뷰' 역시 청약 신청자가 1세대에 그쳤고, 지난해 8월 청약을 진행한 '거제 한신더휴' 역시 아직 미분양 물량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청약 부진은 곧바로 미분양 물량 누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기준 도내 미분양 물량 4593세대로 거제시 물량은 김해시(1147세대) 다음으로 919세대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도내 전체 598세대 중 372세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간신히 이어오던 매매 자체가 최근엔 아예 사라졌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9월 기준 공식 통계 수치만 이렇다는 것일 뿐, 실제 누적 물량은 더 늘어나 이미 1000세대를 훌쩍 넘었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같은 통계 지표는 거제가 4년10개월만에 '미분양관리지역'에서 겨우 벗어났던 2021년 말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음을 의미한다. 

거제시는 2017년 2월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4년10개월간 단 한번도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지역 경제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에서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지역 등 4개 요건 가운데 1개 이상을 충족하면 지정된다.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 용지를 매입하려면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한 때도 분양보증을 발급받으려는 사업자는 사전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로 모든 게 까다롭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지속과 미국의 고금리 정책 기조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이에 맞물린 정부의 각종 금융 규제 정책 등 복합적 상황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지역 주택전문가는 "공식 통계상 미분양 물량이 아직 1000세대를 넘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지정만 안됐을뿐 거제는 사실상 미분양관리지역"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조선 수주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PF대출 규제로 곳곳에서 중소규모 건설사 폐업이 일상사가 되고 그 여파가 다른 업종 전반으로 확대되는 살얼음판"이라며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넉달 남짓 남겨 둔 4·10총선 개입 논란을 의식해 당장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내 분란에 정신이 팔린 정치권이 곧 총선체제에 들어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경제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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