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상동동 거제축협 앞 사거리 모습. 사진 오른쪽에 지정게시대가 있는데도 사진 정면(모자이크 처리)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아무렇게나 걸려 있다. 사진=2023년 1월20일 촬영된 거제저널 자료>

최근 길거리 '공해'로까지 일컬어지는 정치성 현수막이 조만간 싹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8일 본 회의를 열어 정치(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옥외광고물등의관리와옥외광고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 2개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읍·면·동 면적이 100㎢를 초과할 경우 현수막을 1개 더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면적 100㎢ 이상 읍·면·동은 전국 192곳(약 5%)이다. 거제지역은 해당되는 면동이 없어 최대 2개로 제한된다.

길거리 현수막 공해를 유발한 시초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11일 느닷없이 옥외광고물법을 뜯어 고쳤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는 '정당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경우 다만, 현수막 표시방법 및 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해당될 경우 '허가·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제한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제약을 풀어버린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기존 관혼상제나 학교행사 종교행사, 적법한 정치활동, 적법한 노동운동 등 7개 항목에다, 슬쩍 '정치' 항목을 끼워 넣었다. 이로 인해 각 정당은 허가나 신고 없이 정치적 현안을 담은 현수막을 15일간 길거리 아무데서나 게시가 가능해졌다.

당초 이 법을 개정하기 전 각 지자체 등에선 정당 현수막이라도 규제와 일정한 제한을 둬야 무분별한 난립을 막을수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깡그리 무시해버렸다.

그들은 서로 짝짜꿍해 법을 자기네들 입맛대로 개정하고, 그들 스스로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지극히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정당 현수막은 정치 현안을 알리기는커녕, 상대 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거나 막말은 물론, 자질을 의심케 하는 저질성 개인 홍보 문구로 도배가 돼 짜증을 유발시켰다.

길거리 통행 지장은 물론, 소위 '목 좋은 곳'엔 여지없이 정치 현수막이 선점했다. 이로 인해 팍팍한 생활에 지친 국민들의 눈까지 피곤하게 만들었다.

일부 지자체는 급한대로 관련 조례를 만들어 정치 현수막에 대한 규제와 철거에 나서면서 지역 정치권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국민적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국회는 마지못해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착수했다. 국회 행안위는 지난달 정당 현수막 개수를 공직선거법을 근거로 읍·면·동별 2개 이내로 하는 등의 개정안을 만들어 법사위로 넘겼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측이 '읍·면·동 면적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수막 개수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추가 심사를 요구해 '예외 조항'으로 반영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은 내달부터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로써 무려 1년여 만에 국민들이 정치 현수막 공해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