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도, 지금도 우리의 이익보다 일본의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이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들은 타이르거나 척결해야 할 대상일 뿐, 의견수렴 대상이 아니다(최양희 거제시의원)"

한 차례 부결된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담은 거제 강제노동징용자상 건립이 재심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10일 오전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노동자상 건립을 불허한 거제시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고, 지난 3주간 벌여온 서명운동지 전달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27일 거제시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는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신청을 부결시켰다.

이날 이종우 공동대표는 취지발언을 통해 "박종우 시장은 '개인적으로 노동자상 건립을 찬성한다'면서 정작 거제시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노동자상 건립을 불허했다"며 "앞뒤가 안맞는 저들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고 거제시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연심 공동대표가 나서 현장에서 배포한 '이것이 역사정의 실현을 원하는 시민의 목소리다' '거제시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즉각 허가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최 대표는 "제243회 거제시의회 제2차 정례회 시정질의에서 거제시의 기만적인 강제징용노동자상 불허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시 주관부서가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 건립을 불허하도록 종용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 공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관부서 의견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주민 반대여론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면서 "이는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더욱 크게 부각시켜 심의위에서 부결이 되도록 의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현행법상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강제동원조사법) 제37조 제1호에 따르면 '추도 공간의 조성 등 위령사업'에 정부는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거제시는 고의로 관련 법령이 없는것 처럼 기망하였거나, 아니면 제대로 조사치 않고 의도적으로 의견서를 작성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일부 관변단체의 반대 의견을 마치 지역주민 전체 의견으로 과대포장한 것 자체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거제시민의 염원과 요구대로 시 주관부서와 사전 협의했던 거제 평화의 소녀상 공원에 건립토록 허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재심의에서까지 거제시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친일 반민족적인 행정 결정을 한다면, 박종우 시장은 물론, 집권여당과 거제시는 들불같은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진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거제시에 재심 청구 요청과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허가를 촉구하는 거제시민 1280명의 서명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온라인에서도 서명이 진행중이다. 

회견문 낭독 후, 앞으로 진행 일정을 묻는 기자 질문에 추진위측 관계자는 "시 문화예술과에 물어보니 재심 청구 이후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는데 1개월여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그 기간 안에도 행정이 올바른 결정을 할수 있도록 서명운동과 2, 3차 집회 등을 꾸준히 전개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거제시와 거제문화원 등지에 보관중인 거제역사 관련 각종 문헌에는 일제강점기 장승포 일대는 일본제국주의 어업자본 침투와 어업자원 독점의 유입 통로 역할을 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거제 노동자가 일제에 의해 부두 노동에 착취 당하거나, 태평양 전쟁 때 돈을 벌게 해준다는 꾐에 속아 아시아 곳곳으로 끌려 간 장소로 기록돼 있다.

또 '징병 입영훈련소'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장승포항을 통해 많은 수의 우리 노동자들이 일본·중국·남태평양 등의 전쟁터로 강제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노동자상 건립 적지로 꼽혀왔다.

지난해 5월 지역 250여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해 발족한 추진위는 그동안 시민 모금을 통해 건립기금 3700만 원을 마련해 장승포항 수변공원에 노동자상 설치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수변공원은 거제시 허가없이 노동자상 설치가 무리라고 판단해 추진위측은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입지를 변경해 지난해 9월 거제시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11월27일 부결됐다.

이와 관련해 보수단체인 '한일갈등타파연대' 등이 주축이 된 거제애국시민사회단체는 '노동자상이 반일 감정을 부추키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선동용'이라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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