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에는 한해 딱 한번 이 맘 때쯤 맛볼 수 있는 봄철 진미가 있다.

죽으면 몸이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사백어’라 이름 붙여진 ‘벵아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백어는 보통 3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 딱 한 달가량 맛 볼 수 있는데 거제지역에서는 둔덕천과 거제면 일대 그리고 동부면 산양천에서 밖에 나지 않아 거제지역서도 ‘사백어’의 맛을 아는 사람은 이 지역 출신 사람들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하천정비 공사로 인해 산양천과 함께 사백어 잡이가 가장 왕성했던 둔덕천에서 사백어의 모습이 사라져 더욱 맛보기 힘들어 졌다.

사백어를 맛 볼 수 있는 식당도 그 많지 않다. 거제의 특유 어종이라고 해서 고현이나 옥포 같은 거제시내 지역에서 ‘사백어’ 요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거제면지역에서도 사백어 요리를 하는 식당이 있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둔덕면, 거제면, 동부면지역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돈을 내고 ‘사백어’ 맛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아 하는 눈치다.

하지만 요즘은 사백어가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도 않는데다 최근 기온 변화로 산란을 위해 거제연안을 찾는 사백어의 개체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

올해 동부면 산촌마을 산양천에서 사백어 잡이를 하는 박모씨는 “원래 사백어는 눈이 내리면 안 올라 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올해 유달리 추워서 사백어 잡이가 영 시원찮다”며 최근 개체량이 줄어든 사백어잡이의 어려움을 토로 했다.

10년이 넘게 사백어요리 식당을 운영 했다는 ‘명화식당’은 빛바랜 단층 건물에 초라한 간판하나 달려 있지만 3·4월이면 ‘사백어’ 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어획량이 그리 많지 않고  봄철 진객을 원하는 입맛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하지 않거나 늦은 걸음을 한다면 사백어 맛을 보기 힘든 때도 종종 있다.

특히 죽은 사백어는 몸색이 하얗게 변하기 때문에 판매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백어는 오로지 살아있는 신선한 맛 그대로 무침, 전, 국으로 만나야 제격이다.

오늘은 명화식당에서 봄철 진객 사백어를 맛보기로 했다. 사백어 무침, 부침개, 국을 맛보는 가격은 1인당 2만5,000원이다. 따로 팔기도 하지만 세 가지 음식 중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적잖은 후회감이 밀려오기 때문에 ‘사백어 3종 셋’을 주문했다.

다소 비싼 가격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백어 요리는 흔한 음식도 아니거니와 맛을 음미하는 순간 가격표 따위는 이미 기억에서 멀어질 정도로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사백어 요리를 맛 본 사람들은 “이야 거 참 맛이 희안하네 어떻게 이런 맛이 날수 있지?”라며 감탄사를 남발한다.

제일 먼저 식탁위에 올라온 사백어 요리는 ‘사백어 무침’이다. 특히 사백어 무침은 조미가되어서 나오지 않는다. 저마다  식성대로 살아있는 사백어를 파, 미나리, 배 등 갖은 채소와 함께 대접에 담고 초장으로 조미를 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초장을 만난 사백어가 격력한 몸짓으로 반응 하면서 대접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초장을 털어내기 때문에 대접과 함께 마련해둔 1회용 플라스틱 접시를 재빨리 덮어야 한다.

사백어무침은 따로 무칠 필요없이 사백어무침의 주 재료인 ‘사백어’가 스스로 초장무침을 만들기 때문에 재료와 초장을 넣은 후 뚜껑을 닫고 몇 분의 시간만 침을 삼키며 인내하면 완성된다.

사백어 무침은 사백어의 연하고 담백한 맛과 갖은 채소의 씹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사백어는 생각과 달리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두 번째 식탁에 오른 음식은 ‘사백어 부침개’다. 노릇노릇 잘 익은 사백어 부침개를 보면 ‘막걸이’생각이 절로 난다.

특히 ‘사백어 부침개’는 평소 남다른 비위로 ‘사백어 무침’에 실패한 여성이나 아동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음식이다.

사백어의 담백한 맛과 부침개의 고소한 맛은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사백어 부침개까지 모두 시식하고 나면 충분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사백어 국’을 시식하기 위해 허리띠를 풀었다.

사백어 국의 맛을 표현 하자면 ‘담백하고 얼큰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사백어 국은 해물칼국수와 맛이 비슷하지만 밀가루가 국물에 녹아 걸쭉한 해물칼국수 국물과 국물이 맑고 깊은 맛은 낸다.

사백어 국은 전날 과음으로 속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담백하고 얼큰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깊은 맛의 사백어 국’이 뼈 속 깊이 찌든 숙취를 해소 해 줄 것이다.

사백어 음식 3종 셋을 모두 음미하고 나서 많은 생명이 나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봄철 보약 한 그릇 잘 먹었다는 생각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식당을 빠져 나왔다.

사백어(死白魚) 살아있을 때는 반투명의 색깔이었다가 죽으면 흰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사백어란 이름이 붙었다. 습성 및 생태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기수역에 사는 3~5cm 크기의 망둥어과 물고기. 망둥어아과(亞科)에 속하며, 학명은 Leucopsarion petersii이다. Leucopsarion은 Leucaspis에서 파생된 말로 ‘희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사백어의 일본명도 흰 물고기라는 뜻의 ‘시로우로’라 한다. 비늘이 없으며 노르스름한 체색 바탕에 주둥이는 짧고 납작해서 언뜻 보면 민물의 미꾸라지 새끼처럼 보인다. 주둥이 끝에서 꼬리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 다갈색(茶葛色) 반점이 있으며 등지느러미에는 검은 점이 줄을 지어 있다. 노란 빛의 반투명한 몸의 배쪽에는 붉은 반점이 한 개 있으며, 경남 남해안의 기수역에 분포한다. 자갈이 있는 하구에 떼를 지어 올라와서 3~4월에 산란한다. 남해안의 각 하구 지역에서는 3월 중하순 이후 5월 초순에 잘 잡힌다. 자갈 밑에 침착성(沈着性) 알을 산란하며 산란한 암컷은 이내 죽고, 수컷 또한 새끼의 부화를 지키고 나서 죽는다. 대표적인 방언, 속명, 이명 방언으로 이것을 병아리 또는 뱅아리라 한다. 가끔은 ‘곡멸’이라고도 한다. 사백어로 볼락을 잡는다? 민물새우나 크릴, 파래새우, 청갯지렁이 외에 이 사백어가 볼락낚시의 특효미끼라고 알려져 있어서 근래 볼락낚시인들이 미끼로서 즐겨 찾는데, 미꾸라지처럼 주둥이를 꿰어 사용한다. 낮낚시에서 주로 많이 쓰이며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11~2월 겨울기간의 볼락낚시 때 쓰기도 한다. 체색이 흰색으로 바뀌어도 미끼로서의 효능은 떨어지지는 않으므로 죽은 것을 미끼로 써도 볼락의 입질은 계속 이어진다. 사백어 맛은? 이 사백어의 머리가 일본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과 흡사해서 장군집에서 매일 먹었으며, 이를 잡아다가 진상하는 어부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 맛이 특별해서 도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맛을 가졌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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