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교통과 삼화여객 시내버스 기사들이 28일 오전 10시부터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나흘째를 맞은 거제 시내버스 파업 사태가 원점에서 겉돌고 있다. 양사 노조가 파업을 주도하지만, 사실상 버스업체와 노조가 함께 거제시를 협공(挾攻)하는 모양새다.

삼화여객과 세일교통 시내버스 노조원 99명은 전날에 이어, 28일 오전 10시부터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거제시와 버스업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현장에는 경찰 1개 기동중대와 사복형사 등 130여 명의 경찰력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런 가운데, 사측과 거제시는 이날도 실무협상을 계속했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오전부터 교통과 사무실에서 담당 국·과장급 실무단과 버스업체 임원진 4~5명이 얼굴을 맞대고 협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큰 테두리에서 의견 접근을 보고도 정작 막판 조율 과정에서 번번이 상대에 대한 불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제시는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만큼 우선 파업부터 풀고 협상을 계속하자는 한편, 업체측의 전년도 수익금 25억원 적자 부분은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이므로 외부 용역 검증을 통해 해결해나자고 요구했다. 이는 무턱대고 '혈세'를 지원할 수 없고, 더 이상 업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버스업체측은 민간기업이므로 시 보조금(110억원 가량) 외 경영 전반은 검증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2.62%)과 체불임금 및 4대 보험 체납 해소를 위해 시에서 보조금을 조속히 추가 지원하는 것이 유일한 파업 해결책이라며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이어 오전 11시10분부터 변광용 시장 주재로 시와 업체 및 노조관계자 등 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여기서도 각자 원론적인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도 정식 합의서가 작성될 때까지 파업을 풀수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시민 불편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간 실무협상은 지속하기로 했다.

이후 변광용 시장은 오전 11시50분부터 브리핑룸에서 ‘시내버스 노조 파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변 시장은 먼저 "시내버스 노사 임금협상 결렬로 인한 파업으로 시민들께 불편을 끼친 점 죄송하다"고 사과한 후 "양대 노조는 파업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사태가 파업에 이르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3월16일까지 4차에 걸친 임금협상이 결렬됐고 네차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도 접점을 찾지 못해 중지됐다고 밝혔다.

변 시장은 “거제시는 업체 및 노조 대표자와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며, 지난 6일 운수종사자 상여금과 급여 명목으로 양사에 각각 3억9천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변 시장은 또 " 그런데도 사측은 정작 운수종사자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양사 노조는 지난 10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고, 지난 24일 최종 결렬돼 25일 파업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원가보상제 도입, 비수익노선 조정, 마을버스·브라보택시 도입 확대, 준공영제 도입 검토 등을 통해 현행 시내버스 체계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은 '시내버스 문제가 2년전 부터 불거져 있었는데도 거제시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이유'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변 시장은 "시내버스의 공공성 때문에 다수의 비수익 적자노선에도 운행하는 건 사실이지만, 시 보조금 이외 부분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영사정을 들여다 볼수없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말한 원가보상제 도입, 비수익노선 조정 등 전문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이번 시내버스 파업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접점을 풀어나갈지 속단키 어려워 보인다. 한마디로 해결책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결국 한발씩 물러나 타협을 이뤄내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매년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위태위태하던 거제 시내버스 문제가 이제 반드시 풀어야 할 해묵은 '골칫거리'로 본격 부각된 셈이다.

<교통과 사무실에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담당 국과장과 업체측 대표>

<변광용 시장 주재로 시 관계자 및 업체, 노조관계자가 파업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변광용 시장이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내버스 파업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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