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거제시장 선거 경선 컷오프를 둘러싸고 위태하던 후폭풍이 결국 '격랑'을 불러일으켰다.

김한표 전 국회의원은 25일 오전 10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무소속 거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 최고위로부터 재심 청구 '기각' 통보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을 반영하듯 기자회견 내내 격앙되고 침통한 표정과 목소리로 일관했다.

김 전 의원이 이날 준비한 기자회견문은 지난 22일 오전 공천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역구 서일준 국회의원에 대한 성토와 원망의 강도는 훨씬 더 셌다.

그는 "지난 21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 경선은 정의도 민주주의도 공정과 상식도 아니고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재심 청구를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한다'라며 기각시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혹 민주당 후보에게 시장직을 그냥 넘겨줘야 할 말못하는 사정이라도 있나"라며 "만약 변광용 시장이 이번 선거에 떨어지면 다음 총선에 나설 경우, 서 의원과 붙을까봐 부담되느냐"고 꼬집고,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이번 정치적 폭거의 모든 책임은 서일준 의원에게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제 10년간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며 "제가 처음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청와대 10년, 국회의원 8년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이미 제시한 10개 분야 100대 공약을 발판으로 우리 거제시민 개개인의 삶이 따뜻해지는 희망의 도시를 만들겠다"며 "자신있다. 꼭 해내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회견문 낭독이 끝난 후 그는 "오늘 탈당계를 쓰면서 지난 세월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당원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린 후 기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다"며 단상 옆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이어 가진 기자와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국민의힘으로부터 유혹도 많을 것이다. 완주를 자신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좋은 질문이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수도 없는 생각과 불면의 밤을 지샜다. 이제 선거 구도상 가장 유리한 쪽이 누구겠느냐"면서 "이번 사태를 봐라, 무조건 김한표를 처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김한표는 아직 살아있고 내 뒤엔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있다. 두고 봐라,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거제저널 기자는 '서일준 의원과 최근 며칠새 직접 통화를 시도하거나, 어떤 시그널이 없었느냐', '10년 만에 다시 무소속으로 나서는 각오 한마디 해달라'고 질문했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소통은 없었다. 서 의원이 인수위 때문에 바쁜 줄로 알고 있지만,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 김한표 이제 껏 의리를 지켜왔다. 앞으로 제게 주어진 정치적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그 길을 가려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참 열정적으로 살았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고 답변하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김한표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선언을 보는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김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소식을 접한 국민의힘 한 중량급 지역인사는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집 구석 꼬라지가...힘을 합쳐도 버거울 판국인데...진짜 욕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시민들이 두렵지도 않나"라며 "권력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르지만, 정작 집구석 기둥이 뿌리째 썩는 줄도 모른다"고 개탄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27일 여론조사(당원 50%+일반 50%)를 거쳐 김범준(53) 거제정책연구소장, 박종우(51) 거제축협장, 정연송(62) 거제비전연구소 이사장 중 1명이 28일 공천 후보로 결정될 전망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집안 싸움에 촉각을 기울이면서도 느긋하다. 한편으론 거제가 이른바 '낙동강 벨트(양산~김해~거제)'의 한 축이자 문재인 대통령 고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변광용 현 시장의 수성(守城)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다며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다. 다만, 속내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변광용 현 거제시장을 일찌감치 공천후보로 확정해 놓고 있다.

무소속은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활동 중인 김승철(48·거제시아파트가격정상화위원회 대표)씨와 우리공화당 김두열(57) 예비후보 및 이날 출마를 선언한 김한표(67) 전 의원까지 가세, 거제시장 선거는 5파전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수정 17:10→기사 일부 보강>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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