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돼 있는 거제 거북선. 선미 부분 목재 부패 상태가 심각하다>

154만원에 낙찰된 '짝퉁' 거제 거북선이 결국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낙찰자가 오는 26일까지 매각된 거북선을 옮겨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여서다.

20일 오후 거제시는 낙찰자가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에 있는 거북선을 아직 인수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거북선은 김태호 지사 시절인 2010년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6억 원을 들여 이듬해 완성됐다.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무게 120톤 크기다. 당시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1592거북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국내산 금강송 대신 값싼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는 등 시방서와 다르게 제작된 사실이 드러나 제작업체 대표가 구속되면서 '짝퉁' 논란이 일었다.

우여곡절 끝에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으로 옮긴 후에도 방부처리 소홀 등으로 목재가 썩고 뒤틀려 유지·보수에만 1억5000여 만원이 투입됐다. 더구나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 부분이 크게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거제시는 폐기 처분에 앞서 지난 2월 매각을 시도했고, 8번의 입찰 끝에 겨우 지난 5월27일 낙찰됐다. 낙찰가는 최초 입찰가 1억1750만 원의 1.3%수준인 154만5380원이었다. 

계약에 따라 낙찰자는 30일 이내인 오는 26일까지 거북선을 인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낙찰대금을 완납한 지난달 26일 이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낙찰자는 거북선 이송 계획은 내놓지 않은채 최근에는 거제시에 "거북선 인도 시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낙찰자는 자신의 사유지에 거북선을 옮겨 교육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지역언론 등을 통해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사유지가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부지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낙찰자가 인도 시기를 연장해달라는 이유도 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시간을 달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120톤에 달하는 거북선 이송과 설치 비용도 1억원 안팎이 들어갈 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시는 공원계획 변경이 가능할지도 알수도 없는데다,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많아 기한 내에 옮기지 않으면 예정대로 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철거 비용 역시 2500만 원 가량 추산될 정도로 만만치가 않다.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 완납 시점으로부터 30일이 되는 이달 25일까지 거북선을 옮겨가지 않으면 해당 계약은 취소된다. 계약 취소 시 낙찰자는 대부료 등 70여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

각 언론방송 매체들도 연일 비판 보도 일색이다. 대부분이 '제작 과정은 그러다손 치더라도 그동안 얼마나 부실하게 거북선을 관리했으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느냐'는 지적 논조다.

거제시 관계자는 "낙찰자가 공원시설 지정에 소요되는 4~5개월 동안 인수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공원시설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데 개인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곧 장마철도 시작될 것이고 안전사고 우려도 커져 계약기간 내에 인수해 가지 않을 경우 철거(폐기)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매일 산책길에 거북선이 전시된 곳을 지나다닌다는 한 70대 지세포 주민은 "만들때도 그렇고 거제로 가져왔을때도 그리 말이 많더니...여기서도 저걸 어떻게 관리하나 싶더니...끝내는 거북선이 애물단지가 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비록 상징적인 모형이지만, 엊그제까지 옥포대첩축제 한다고 그 난리법석이더니..."라며 "우리 후손들이 얼마나 못났으면 임진란때 왜놈들을 호령하며 이순신 함대의 선두에서 나라를 구했던 거북선에게 크나큰 치욕을 안긴 셈"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와 관련해 경남도는 거제시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박완수 지사는 "관광자원인 거북선을 팔아 치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떤 경위로 제작돼 관리되고 매각됐는지 그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도 감사관실은 지난 10년간 거북선 관리 과정에 전반에 대해 10여 명의 거제시 공무원과 거제관광개발공사 직원 등을 상대로 출장 감사를 진행중이다.

도는 조만간 감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박 지사에게 보고한 후 이를 토대로 거북선의 복원과 폐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도 엿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수정→기사보강>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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