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제작·관리 '짝퉁' 거제 거북선...결국 폐기된다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있는 거제 거북선. 선미 부분 목재 부패가 심해 내려 앉다시피 파손 상태가 심각하다>

154만원에 낙찰됐던 거제 '짝퉁' 거북선이 결국 폐기된다. 거북선을 넘겨받은 낙찰자가 당초 약속 기한인 지난 26일까지 거북선을 인수하지 못해서다.

이 거북선은 2010년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6억 원을 들여 이듬해 완성됐다.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무게 120톤 크기다. 당시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1592거북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국내산 금강송 대신 값싼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는 등 시방서와 다르게 제작된 사실이 드러나 제작업체 대표가 구속돼 사기죄로 징역형을 받는 등 '짝퉁' 논란이 일었다.

이후엔 거제로 가져온 거북선 관리가 문제였다. 당초 지세포항에 정박시켜 승선체험 등 관광용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동 과정에서도 선체 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기울어짐이 심한 문제가 불거졌다.

급기야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으로 거북선을 옮긴 후에도 방부처리 소홀 등으로 목재가 썩고 뒤틀려 유지·보수에만 1억5000여 만원이 투입됐다. 더구나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 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결국 거제시는 거북선을 처분하기로 하고,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7차례 유찰 끝에 지난 5월16일 A씨가 154만5380원에 낙찰받았다. 교육자 출신인 여성 A씨는 이 거북선을 체험 학습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그러나 A씨가 거북선을 옮겨 설치하려는 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있어 환경부 허가 등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에서는 당초부터 길이 25. 6m, 너비 6.87m, 높이 6.06m에, 무게가 120t이나 나가는 거북선을 옮겨 설치하려면 줄잡아 경비만 1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돼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북선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활용방안도 모색했지만, 전문업체에 맡긴 용역에서 목재의 90% 이상이 부식되는 등 재활용도 어렵고 이동조차 힘든 상태인 것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곧장 폐기하려고 했지만 공유재산심의위 의견에 따라 공매 절차를 밟게 됐고 예상 밖에 낙찰자가 나타났다"라면서 "솔직히 애초부터 국립공원 문제가 아니더라도, 거대한 거북선을 쉽게 이동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수입 목재를 섞어 만들었다는 '짝퉁 논란'에다, 부실한 관리로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던 거제 거북선.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다 12년 만에 폐기물로 소각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앞서 지난 20일 한 60대 지세포 주민은 거제저널에 "비록 상징적인 모형이지만, 우리 후손들이 얼마나 못났으면 임진란때 왜놈들을 호령하며 이순신 함대의 선두에서 나라를 구했던 거북선에게 크나큰 치욕을 안긴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안을 두고 각 언론방송 매체들도 연일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제작 과정은 그러다손 치더라도 그동안 얼마나 부실하게 거북선을 관리했으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느냐'는 논조가 대부분이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박완수 지사의 지시에 따라 거제시를 상대로 거북선 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현장 감사를 끝내고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