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거북선 철거작업 마무리 현장>

부실 제작으로 '짝퉁' 논란이 일었던 거제 거북선이 지난 이틀간 폐기 절차를 거쳐 12일 오후 지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번에 철거된 모형 거북선은 전체 무게 120톤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규모다. 해체 비용으론 1800만 원이 들어갔다.

폐기물 중 고철 가격은 140만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고철상을 통해 철거 비용과 상계 처리키로 했다. 또 폐목은 소각 처리된다.

해당 거북선은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6억원을 들여 2010년 충남 서천에서 건조해 1년 만인 2011년 6월 완공됐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그러나 제작 당시 시방서와 달리, 미국산 소나무 등 외국산 목재를 80% 이상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짝퉁' 논란을 자초했다. 제작업체 대표는 사기죄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해당 거북선은 제작지에서 거제로 해상 이송 도중에 침수 현상이 일부 발생했다. 거제에 도착해서도 관광용으로 쓰려고 물에 띄웠더니 침수가 심해져 더 이상 바다에 둘 수 없을 정도였다.

할수없이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옆 광장의 뭍으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의한 강풍과 폭우로 선미 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더구나 지금껏 유지관리비로 1억5000만원이 들었으나, 애초부터 방부처리가 미흡해 선체 곳곳의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더 이상 관리가 힘들어 불용처리키 했다. 그러자 거제시 공유재산심의회에서는 "바로 철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고, 재활용 가능성도 있으므로 매각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첫 매각을 시작했으나 7번의 유찰된 끝에 어렵사리 지난 5월 154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낙찰자 역시 수송비용과 설치 장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인수 기한인 지난달 26일을 넘기면서 폐기가 불가피해졌다.

이날 직접 거북선 철거작업 현장을 지켜봤다는 일운면 지세포리 한 주민(60대)은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아무리 모형 거북선이라지만 역사의 상징성이 있는데..."라면서 "이렇게 처참히 부서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깝다"고 소회를 전했다.

다만, 폐기를 주도한 거제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시 관계자는 "임진란 첫 승첩지인 옥포대첩이 있었던 거제에서, 그것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거북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런 사단이 일어난 상징적 의미를 왜 우리가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언론에서 마치 우리가 영혼조차 없는 공무원들로 비치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다"면서 "관리 부실이라는 비판은 감수하겠지만, 거제시도 거북선을 폐기 처분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토로했다.

또 "그대로 뒀다간 지금까지 들어간 관리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 판인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예산을 건져보려고 입찰에 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낙찰자 역시 거북선을 보존하겠다는 뜻은 좋았으나 마땅한 수송방법이나 설치가 어렵다보니 결국 폐기 절차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해체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거제 거북선 폐기를 두고 각 언론매체들은 사설 등을 통해 쓴소리 일색의 보도를 쏟아냈다. YTN 뉴스 앵커는 "이른바 '충무공 열풍'에 만들어졌다가 쓰레기로 소각되는 운명을 맞은 거제 거북선! 유행에 영합한 '충무공 팔이'가 세금 낭비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선해양문화관 광장 전시 당시 거제 거북선 원형>

<언론사 및 방송사 취재 기자들이 거북선 해체 작업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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