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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vs HD현중, 8조원대 KDDX 수주전 최종 승자 누가 되나?방사청, HD현중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 곧 착수...'부정당업체' 제재 여부 주목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4.01.23 16:27

HD현중, 2025년까지 1.8점 보안감점...향후 '부정당업체' 지정 시 추가 타격 불가피

글로벌 조선 '빅2'이면서 전투함·잠수함  부문 국내 '라이벌'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올해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주를 놓고 한판 맞붙을 전망이다.

KDDX는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중인 7600t급 이지스구축함보다 조금 작은 6000t급 첨단 전투함정이다. 미사일 요격 등 이지스구축함의 기본임무 수행이 가능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6척 건조에 7조8000천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에는 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중이 기술력과 자존심을 걸고 2013년께부터 '첩보전'에 버금갈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앞서 기본설계는 HD현중, 기본설계 전 단계인 개념설계는 옛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을만큼 막상막하였다. 

이런 와중에 터진 게 바로 '개념설계도 도촬' 사건이다. 2018년 4월 당시 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불시 보안감사에서 HD현중 직원들이 해군중령 등으로부터 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Ⅲ급 군사기밀)를 '도둑 촬영'해 2014년부터 비밀 서버에 보관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기무사령부는 HD현중 특수선 사업부의 비밀 서버와 사무실을 9차례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183회 소환조사했다. 그 결과 해군과 방사청의 군사비밀 26건이 HD현중 서버에서 나왔다. 유출된 군사비밀 26건 중에는 KDDX 관련 비밀 2건, 차기 잠수함인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과 훈련함 비밀 각 1건 등도 포함됐다.

2019년 기무사에서 간판을 바꾼 안보지원사령부는 이들 중 현역 해군중령 등 장교 3명,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등 민간인 10명은 군검찰에, HD현중 직원 12명은 울산지검으로 각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HD현중 직원 중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8명은 1심 선고에 승복했다. 그러나 1명은 항소해 지난해 11월30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9명 전원 유죄 처분을 받았다.

방사청은 2020년 5월29일 막바지 검찰수사와 일부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해군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KDDX 6척에 대한 사업 기본설계를 공고 했다.

당시 방사청은 사업설명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2020년 업체 선정 후 2023년 후반기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중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제안서 평가결과 예상을 뒤엎고 KDDX 관련 국책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HD현중이 덜컥 선정됐다.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이었다

해군과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한데 이어, 첨단함형 적용 연구 등 3대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KDDX의 윤곽을 구체화했다.

가장 큰 문제는 KDDX 개념설계도를 훔쳐 기본설계 사업 제안 준비를 해온 HD현중의 입찰 자격이었다. HD현중의 당시 행위는 형사 범죄일 뿐만 아니라, 방위사업법 제59조에 따른 청렴서약 위반 또는 국가계약법령상 부정당 제재 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일부 항목 평가에서 HD현중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1286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두 업체의 최종 점수차인 0.0565점에 비해 2배나 높다.

당시 방사청은 해당 항목은 상대 평가이므로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참고해 점수 차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믿는 이는 별로 없었다.

방산업계에선 의도적인 '짬짜미'가 아니고선 HD현중의 실적평가 점수가 대우조선해양을 압도하긴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방사청 직원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당시로선 HD현중에서 분리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전 정부가 별다른 결론도 내리지 못한채 어정쩡하게 2년이 넘도록 질질 끌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탈락한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을 상대로 선정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를 외쳐온 거제시민대책위와 지역 정치권은 특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도 거제 지역구를 둔 서일준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통해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관련 상임위나 나머지 정치권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면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지난해 4월12일 서일준 의원은 성명을 통해 "HD현중이 대우조선해양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돌리고도 방사청이 추진 중인 KDDX사업을 수주한 건 현대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갑·을 관계와 당시 문재인 정권의 비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하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제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며 "최근 법원의 결정에 따라 HD현대 직원 9명이 전원 유죄 판결이 나면서 KDDX 개념설계 절도와 본 사업 제안서 작성의 연관성이 밝혀진만큼 지난 정권에서 이 ‘KDDX 방산 마피아’ 범죄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정황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고 결과에 따라 철저하게 그 죄값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하반기부터 이 사건을 살펴보던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가 지난해 8월17일 오전 KDDX 사업 발주처인 방위사업청과 전 방사청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이유는 방사청이 보안사고를 낸 업체에 감점을 주도록 한 규정을 일부 바꾸거나, 점수를 임의로 수정해 HD현중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였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입건자를 특정하고 정식 수사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경찰은 지난해 6월초부터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유력한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경찰이 가장 의심하는 대목은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2020년 5월29일)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이 '제안서평가업무지침'을 바꿨다는 부분이다. 방사청이 당초 '방첩사의 처분 통보 접수시' 최대 1.5점까지 감점하도록 한 기준을 '기소유예 처분 또는 형벌 확정시' 감점으로 변경했다.

기존 지침대로라면, HD현중 직원들의 '도촬' 행위는 최소한 감점을 받더라도 기본설계 수주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누르긴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뿐만 아니다. 감점 적용 대상 기간도 '최근 2년 이내' 사건에서 '최근 1년 이내'로 변경했다. 변경된 지침을 적용하면 HD현중 직원들의 도촬 행위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방사청 고위간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사저널 등 일부 매체는 지침 변경을 주도한 의혹의 중심에 당시 왕 모 방사청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지난 19일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건물 1층 흡연실에서 군사기밀 건네받아'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통해 이 사건의 전말과 최근 진행 상황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방사청은 HD현중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자 지난해 말부터 HD현중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과징금 부과 등 '부정당 제재'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HD현중 직원이 '판결문 제3자 열람금지'를 신청하면서 방사청의 제재는 지연됐으나, 최근 방사청이 판결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엄동환 방사청장은 1심 판결이 2022년 11월에 나왔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판결문 확보가 어려워 구체적인 제재 심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2월20일 HD현중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제재 결정을 다음 심의로 미뤘다.

국회 국방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2월부터 HD현중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 수위는,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세부기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으로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5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HD현중 직원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여 동안 군사Ⅲ급 비밀을 8회 이상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방사청은 계약심의위원회를 연기하면서 군사기밀 탈취에 HD현중 윗선의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판결문을 보면,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비밀리에 관리한 정황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오는 2월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결정되면, HD현중은 앞으로 KDDX 수주는 물론, 다른 방산 수주도 사실상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2022년 11월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 HD현중에 -1.8점의 감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업계에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KDDX 수주전에선 일단 '보안 감점'을 받고 있는 HD현중보다 한화오션이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해 7월 진행된 8300억 원 규모 해군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의 2척의 건조사업 수주 경쟁에선 한화오션이 HD현중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보안 감점이 결정타였다.

다만, 한화오션이나 업계 일각에선 방사청이 부정당업체 지정 심의 건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끌다가 KDDX 수주전에는 아예 적용을 안하거나, 제재 기간도 고작 1~2년선에서 끝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HD현중은 통상 기본설계를 한 곳에서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주를 했다는 자신감을 내세우고 있다. 보안사고 감점 부담도 기본설계 등을 추진한 기술력 및 그간 실적 등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청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 움직임에 대해선 우려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보안 감점을 받고 있으므로 이중 제재에 해당되는 '부정당업체'로 지정되진 않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지만, 불안감을 떨치진 못하는 눈치다.

보안 감점은 방사청이 자체 부과한다. 그러나 부정당 제재는 실정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과 수반되는 필수적 제재기 때문에 강도 자체가 다르다는 게 HD현중 내부의 적잖은 딜레마로 읽힌다.

이처럼 선박건조 기술의 총합체이면서 국내 방산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KDDX 수주를 놓고 벌이는 두 대형 조선사 간 팽팽한 승부에서 조만간 누가 웃게 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0년 해군에 인도한 한국 두번째 이지스함인 7600톤급 '율곡이이함'. 이 함정은 함대함 및 함대공 등 120여 기의 미사일과 장거리 대잠어뢰 등 최첨단 무기를 탑재하고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 탐지 추적해 20여 개 표적을 동시 공격할 수 있는 현존 최강의 함정이다. 최대속력 30노트(55.5km)에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사진=한화오션>
<지난해 6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한화오션의 울산급 호위함 등 최첨단 전투함 함정모형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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