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거대 조선기업 대우조선해양을 과거 정부가 어떻게 말아먹었는지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게 잘 나가던 대한민국 조선업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국민들은 그 진상을 알게 됐다.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를 떠나,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파렴치한 기업 경영자, 그들과 거의 한 통속이었던, 아니 더 무책임하고 양심없는 정부 감독기관의 합작품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도 고통은 누가 떠메고 있는가? 기업을 말아먹은 책임자들은 국회에서, 검찰에서 맨날 ‘네탓’ 타령만 하고 있다. 그 사이 조선도시 거제에서는 뼈 빠지게 일만 해 온 노동자들이 하루가 멀다않고 피눈물을 흘리며 직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덩달아 조선업으로 먹고살다시피 하던 거제 경제는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유례없는 강진이 일어났는데도 정부기관은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문자 한통 달랑 보냈다. 수신료를 세금처럼 챙기는 국가재난방송 KBS는 강진이 났는데도 드라마나 버젓이 방영하다 뒷북이나 치고. 도대체 위기에 빠진 국민들에게 뭘 어찌 하라는 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러니 국민이 되레 정부를 걱정할 정도다.

느닷없는 콜레라균 검출 발표는 또 어떤가 ! 3명의 콜레라 환자가 거제 생선회를 먹고 발병했다며 질병관리본부는 거제에 현장대책본부를 차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콜레라 원인균은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연일 엉뚱한 궤변만 늘어놓으며 허둥댔다.

그러다 난데없이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한 장목 대계항 부근에서 미량의 콜레라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거제에서 채취한 134건 중 1건에서만 발견됐다"며 마치 좀 봐주는 듯이. 어쩌구니 없는 이 발표로 거제시민들은 '재앙' 수준의 고통을 당했다.

더구나 세번째 콜레라 환자에 대한 보건당국 발표는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가 시장에서 정어리와 오징어를 구입해 부인과 함께 굽고 데쳐 먹었는데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로 한때 국민들은 해·수산물을 가열해 먹어도 콜례라에 걸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는 헛소리였다. 이 환자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결과 횟집에서 생선회를 먹었고, 그가 구워 먹었다는 생선은 '정어리'가 아닌 '전갱이' 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 놓고도 서울 사람인 역학조사관이 경상도 발음의 '정어리'를 '전갱이'로 잘못 알아들었다거나, 병원 의무기록 조사서에 '정어리'로 적혀 있었다는 등 초보 수준의 엉터리 같은 변명에 급급했다.

정부기관이면서 보건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는 60년대 법정 전염병인 콜레라 원인균 하나 제대로 찾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해 그들이 '메르스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 봤다. 결국 이번에도 애꿎은 거제 바닷물을 희생양으로 삼고는 숨어버렸다.

콜레라는 오래된 전염병이다. 그렇다고 집단 전염이나 치사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설령, 거제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해도 그 여파를 감안했어야 했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검사를 거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 발표했어야 마땅했다. 그게 국민을 보호하고 그 댓가로 세금을 챙겨가는 정부의 기본 자세다.

정부 발표는 국민이 납득하고 신뢰할 때 권위를 가진다. 무책임한 질병관리본부의 콜레라균 검출 발표는 안그래도 적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거제 수산인과 횟집업주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 급기야 집권여당 대표가 추석 연휴 거제를 찾아와 민심을 달래 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거제시민들의 불만은 지금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꼬박꼬박 세금만 받아 챙기고, 정치권은 뒤에서 말장난만 하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다. 이러고도 정부가 무슨 낯짝으로 거제시민에게 세금 내라고 할수 있단 말인가.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