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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경] 수천만원대 '보이스피싱' 세번 막은 거제수협 한진경 계장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9.10.25 14:37

요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범죄에 적잖게 시달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먹잇감으로 걸려든 국민 누구나, 즉 사회적 지위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묻지마 범죄'에 버금갈 정도로 '무차별적'이다.

보이스피싱은 그동안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국가적으로도 큰 골칫거리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보이스피싱 범죄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해 4440억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누적 피해액이 1조5천억 원에 달할 정도다.

더욱 심각한 건, 이들의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한데다 진화가 빠르다보니 단속을 책임진 수사기관 조차 그들을 따라잡지 못한 채 거의 손을 놓다시피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새 애꿎은 국민들의 피해는 날로 늘어가는 한심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기관별로 통계상 다소 차이가 있지만, 거제지역만해도 지난 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100여건에 피해액이 5억여 원에 이른다. 매일 여러 건이 발생하는 셈인데, 피해자들이 주로 노약자나 서민층이라 신고도 제대로 안되는데다, 가중되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까지 종종 생긴다.

이런 가운데 지역 금융권의 한 젊은 여직원이 예리한 감각과 기민한 대처로 세 번씩이나 8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거제수협 고현지점 한진경(40·사진) 계장.

그는 지난 8월26일 오전에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현금 4천만원을 인출하려는 시도를 이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 돈은 불과 몇분전 인터넷뱅킹을 통해 타인 계좌에서 입금됐고, 이미 사기범에게 통장 비밀번호까지 노출된 상태였다.

해당 여성은 인출을 요구하면서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라고 둘러댔으나 허술함을 알아챈 한 계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수협중앙회와 협조를 통해 인출을 차단,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누군가의 소중한 돈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지난 8월30일 오전에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다. 50대 초반의 김씨는 빌려준 돈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1천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 요구했다. 한 계장은 그 돈이 방금 전 타은행 계좌에서 이체된 사실과 대화 도중 누군가와 계속 카카오톡을 심각하게 주고받는 점, 평소 거래내역 등을 확인 후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했다.

김씨는 다른 곳에서 보이스피싱에 속아 입금된 돈을 출금해 인출책에게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사기범은 금융기관의 질문에 대비해 송금인의 개인 정보까지 김씨에게 가르쳐 주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지만 한수 위의 한 계장의 눈치 앞에 허사가 되고 말았다.

두 사건 모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잠복했으나 인출책 검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평소 다양한 상황을 교육받은 한 계장의 기지와 직원들의 기민한 대처로 거액의 피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

한 계장은 이 같은 공로로 25일 오전 강기중 거제경찰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이날 수여식에 배석했던 경찰 수사책임자는 "한 계장의 촉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온라인을 이용해 저지르는 보이스피싱은 금융권 직원들도 어쩔수 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면 편취'의 경우 금융직원들의 적극적인 관심만 있으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계장의 재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세포지점에 근무할 당시인 2016년 7월에도 "딸이 돈을 빌렸는데 갚지 못해 잡혀있다"는 사기범의 협박전화에 속은 70대 노인이 만기가 한창 남은 정기예금 3500만원을 인출하려는 걸 재빠른 판단으로 막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25일 감사장을 받은 직후 만난 한 계장은 "나서기가 부끄럽다"며 "저 혼자 잘한 것도 아닌데 동료들과 지점장님, 그리고 중앙회의 빠른 협조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협 내부적으로 평소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들의 피해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단순히 고객을 업무적으로 대하지 않고 누구라도 내 가족같이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깊은 관심을 가지다보니 직감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며 보이스피싱을 막은 나름의 노하우를 언급했다.

김민수 고현지점장은 "한 계장은 평소에도 성실한 업무 자세와 고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로 잘 알려져 있다"며 "거제수협이 최근들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 계장처럼 항상 고객을 내 가족같이 섬기고 수산·어업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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