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건조해 2010년 해군에 인도한 한국 두번째 이지스함인 7600톤급 '율곡이이함'. 이 함정은 함대함 및 함대공 등 120여 기의 미사일과 장거리 대잠어뢰 등 최첨단 무기를 탑재하고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 탐지 추적해 20여 개 표적을 동시 공격할수 있는 현존 최강의 함정이다. 최대속력 30노트(55.5km)에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방위사업청(석종건 청장)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과 관련해 오는 27일 오전 HD현중에 대한 '부정당 업자 계약심의위원회' 개최를 예고해 조선업계는 물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거제 지역구 서일준 국회의원도 20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철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7조8000억 원이 들어가는 6척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주를 놓고 한판 맞붙을 예정이다.

KDDX는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중인 7600t급 이지스구축함보다 조금 작은 6000t급 첨단 전투함정이다. 미사일 요격 등 이지스구축함의 기본임무 수행이 가능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사업에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HD현중이 기술력과 자존심을 걸고 2013년께부터 '첩보전'에 버금갈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앞서 기본설계는 HD현중, 기본설계 전 단계인 개념설계는 옛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을 정도로 막상막하다. 

이런 와중에 '개념설계도 도촬' 사건이 터졌다. 2018년 4월 당시 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불시 보안감사에서 HD현중 직원들이 해군중령 등으로부터 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Ⅲ급 군사기밀)를 '도둑 촬영'해 2014년부터 비밀 서버에 보관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기무사 압수수색 결과 당시 HD현중 관련 직원 컴퓨터 안에서는 최신형 구축함, 잠수함 등 군사기밀이 26건이 발견됐다.

특히 KDDX 개념 설계도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다. 이 자료는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KDDX 내외부 구조 도면, 전투·동력체계 등 핵심 성능과 부품 관련 정보가 소상히 담겼다.

당시 기무사는 이 사건에 해군 13명, 현대중공업 12명 등 25명이 연루됐으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기밀보호법위반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도촬'에 가담한 HD현중 직원 9명은 지난해 11월30일 유일하게 항소한 HD현중 직원 1명이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재판장 손철우 부장판사)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전원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KDDX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평가결과 예상을 뒤엎고 KDDX 관련 국책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HD현중이 선정됐다.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이었다.

당시 평가위원들은 일부 항목 평가에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1286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점수는 두 업체의 최종 점수차인 0.0565점에 비해 2배나 높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해당 항목은 상대평가이므로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참고해 점수 차를 둘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을 두고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방사청  직원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였다.

유사함정 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 분야에서도 평가위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28점 높은 점수를 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도 서슴치 않았다.

당시 5년간 실적을 보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9건, 상세설계 10건, 건조 23건을 수행했다. 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7건, 상세설계 8건, 건조 19건보다 오히려 다소 우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두 업체가 함정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올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KDDX 개념설계 등 국책과제도 그동안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러니 방산 업계에선 의도적인 '짬짜미'가 아니고서는 현대중공업의 실적평가 점수가 대우조선해양을 압도하긴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의혹이 거세지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해 8월 입찰 비리 혐의로 KDDX 사업 발주처인 방위사업청과 전 청장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이 가장 의심하는 대목은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2020년 5월29일)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이 '제안서평가 업무지침'을 바꿨다는 부분이다.

방사청은 당초 '방첩사의 처분 통보 접수시' 최대 1.5점까지 감점하도록 한 기준을 '기소유예 처분 또는 형벌 확정시' 감점으로 변경했다. 기존 지침대로라면, HD현중 직원들의 '도촬' 행위는 최소한 감점을 받더라도 기본설계 수주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누르긴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방사청은 감점 적용 대상 기간도 '최근 2년 이내' 사건에서 '최근 1년 이내'로 변경했다. 변경된 지침을 적용하면 HD현중 직원들의 도촬 행위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진다.

지난 1월 시사저널 등 일부 매체는 당시 지침 변경을 주도한 의혹의 중심에 왕 모 전 방사청장이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방사청은 HD현중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자 지난해 말부터 HD현중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과징금 부과 등 '부정당 제재'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HD현중 직원이 '판결문 제3자 열람금지'를 신청하면서 방사청의 제재는 지연됐으나, 최근 방사청이 판결문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2월20일 HD현중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제대로 심의를 못하고 제재 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방사청이 2월부터 HD현중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HD현중에 대한 제재가 결정되면,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세부기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으로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5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HD현중 직원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여 동안 군사Ⅲ급 비밀을 8회 이상 지속적으로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방사청은 군사기밀 탈취에 HD현중 윗선의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판결문을 보면,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비밀리에 관리한 정황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결정되면, HD현중은 앞으로 KDDX 수주는 물론, 다른 방산 수주도 사실상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사청은 2022년 11월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 HD현중에 -1.8점의 보안감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다만, 보안 감점은 방사청이 자체 부과하지만 '부정당 제재'는 실정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과 수반되는 필수적 제재기 때문에 강도 자체가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HD현중은 필사적이다. 지난달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경남경찰청이 수사하던 잠수함 기술 유출 사고에 책임있는 한화오션을 제재해야 된다는 생트집을 잡았다. 그러다 최근엔 부정당 제재를 받게되면 울산 지역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방사청을 향해 '현명한 결정'을 촉구하는 이중성을 드러내 눈총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9일 석종건 예비역 육군소장이 신임 청장에 취임해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다. 현 방사청은 지난 정권 당시 방사청 소속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결국 HD현중 특수선 사업이 조만간 방사청의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따라서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해도 너무 한다'는 업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반성은 커녕, 터무니없는 변명과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한 교묘한 행태를 일삼는 HD현중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거제저널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2020년 6월12일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나와! 한판 붙자"..7조원 규모 이지스함 사업 놓고 대결 '임박'(1만2960회 접속)」 보도부터 지금까지 47건의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뤄 왔다.

이로 인해 일부 울산 지역 관련 업계 소속이라는 측으로부터 '편파 보도'라는 항의와 함께 겁박 전화까지 수차례 받았다.

거제저널은 당초부터 이 사건을 정파적 관점을 떠나, 기본적으로 국가 방위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보안사고로 봤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직원들은 물론 '거제시민대책위'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처사에 단호히 반대하던 시기에 터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정권의 어느 누구도 거제시민이나 대우조선해양 가족의 절박한 호소에 꿈쩍도 않았던 건 아닌지 지금도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따라서 당시 HD현중 하부 직원들이 처벌을 감수하고 그같은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정도로 회사 상부의 지시 내지는 묵인 및 방조가 없었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에 대해 한결같이 입을 닫았던 당시 정권  차원의 비호 여부도 끝까지 파헤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일준 의원이 보내 온 관련 성명이다.  

감점 규정까지 변경한 방산 카르텔 철저히 수사하고 문재인 정권 당시 배후 세력 여부까지 ‘발본색원’해야 방위사업청이 이달 말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인 KDDX 설계도면 등을 조직적으로 훔쳐 간 HD현대(옛 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드디어 심의하기로 했다. 사건 발생 12년, 수사 개시 6년 만의 일이다. 현대중공업(현 HD현대)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차세대 호위함 KDDX 설계도 및 잠수함 설계도 등 핵심 군사기밀 수십 건을 도둑 촬영해 자사의 비공식 서버에 몰래 보관하며 국가의 보안점검을 피해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 법원의 관계자 전원 유죄 판결로 낱낱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인 2020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겨우 0.056점이라는 점수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로채 갔다. 대한민국 방위사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0.1점도 안 되는 점수 차이로 후발 업체가 선도 업체의 사업권을 빼앗아 가면서 이미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의혹은 사실상 예견돼 왔다.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에 방사청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업무지침’이 당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변경된 것은 결단코 방사청이 단독으로 행할 수가 없었고, 정권 차원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동안 방위사업청은 범죄행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범죄에 연루된 기업이나 집단에 대한 제재를 미뤄왔다. 다만 직원들이 범죄 수사를 받고 있는데 따른 일부 감점을 사업 평가에 반영한 것이 전부였다.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잇따라 국회에 나와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 국민들 앞에 공언해 왔다. 지난해 말 군사기밀 절도에 가담한 HD현대 직원 9명 전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더 이상 단죄를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KDDX 군사기밀 절도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하는 엄중하고도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에 도덕성과 윤리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HD현대 범죄 가담 직원들의 전원 유죄 판결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판결문도 공개되었다. 일개 직원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 공모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추가 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시 범죄 사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되거나 밝혀지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 방위산업의 관행적이고 은닉적인 카르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 사건이 당시 정권 차원의 ‘종합 방산 비리 세트’가 아니었는지, 배후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으로 국가 방위산업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불공정매각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거제시의 상권 붕괴와 공동화 현상, 인구 이탈 등 24만 거제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거제시민께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국가 방위산업의 위상을 올리는 길은 다가올 27일에 있을 방사청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가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방사청의 법에 따른 공정하고 엄격한 심의와 이에 따른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기밀 절도사건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할 것이다. 2024.2.20. 국회의원 서일준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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