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업무에 들어간 신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오는 27일 열리는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 제재 심의와 관련해 "정무적인 고려는 없을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석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7일 HD현대중공업 기밀 유출과 관련해 심의에 들어간다"며 "원론적인 얘기지만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심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방사청은 지난해 12월20일 HD현중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여러 이유로 제대로 심의를 못하고 제재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이번 심의에서는 HD현대중공업 제재 방향에 대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1월30일까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모두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사청 심의를 앞두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HD현대중공업(울산)과 한화오션(거제)을 각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거제시가 지역구인 서일준 의원은 지난 20일 관련 성명을 통해 "감점 규정까지 변경한 '방산 카르텔' 철저히 수사하고 문재인 정권 당시 '종합 방산 비리 세트'가 아니었는지 발본색원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불공정매각이 기습 발표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며 "이런 결과는 거제시 상권 붕괴와 공동화 현상, 인구 이탈 등 24만 거제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KDDX 군사기밀 절도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당시 범죄 사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되거나 밝혀지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27일에 있을 방사청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국가 방위산업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울산 동구와 남구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민의힘 권명호·이채익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이 입찰에서 배제된다면 특수선 사업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며 "방사청은 현명한 결정을 하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이들 의원들은 지난달에는 현재 경남경찰청이 수사중인 잠수함 기술 유출 사고에 대해 "한화오션에 보안 유출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측은 "진상을 아무것도 모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도면은 1987년 인도네시아가 독일에서 도입했던 잠수함 도면이며, 한화오션은 피해자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0년 해군에 인도한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 이이함'>

정지용 기자  gjjn3220@da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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